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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인기있는 도서들을 소개하고 책에 관련된 감상문이나 독후감을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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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2. 6. 08:56 해외베스트셀러
아가씨와 밤 - 10점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밝은세상

 

매혹적인 스릴러로 돌아온 기욤 뮈소를 만난다!
-2018년 프랑스 베스트셀러 1위! FR2 방송 드라마 제작 결정!


《아가씨와 밤》은 한국에서 15번째로 출간하는 기욤 뮈소의 장편소설이다. 무려 200주 이상 베스트셀러에 등재되며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구해줘》를 비롯해 이후 출간한 14권의 소설이 모두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할 만큼 기욤 뮈소는 현재 프랑스에서 가장 뜨겁게 주목받는 작가이다. 매년 프랑스서점연합회에서 조사하는 베스트셀러 작가 순위에서도 7년 연속 1위를 기록하고 있을 만큼 기욤 뮈소 열풍은 좀처럼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국내에서도 수많은 고정 독자들을 확보하고 있고, 2016년에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가 프랑스 소설 최초로 한국영화로 만들어져 화제를 낳았다.
2018년 작 《아가씨와 밤》은 프랑스에서 초판 55만 부가 판매되었고, 전 세계 30여 개국에 판권이 팔렸고, FR2 방송에서는 전격적으로 드라마 제작을 결정했다.
기욤 뮈소의 초기작들은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이들의 감성을 대변하는 작가라는 평가와 함께 로맨스와 판타지가 중심이 되는 소설을 주로 써왔지만 근래의 작품들은 기존의 장점에 탄탄한 구성, 인간심리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 강렬한 서스펜스가 가미된 스릴러 소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프랑스 언론은 ‘15년 연속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한 기욤 뮈소의 놀라운 성과에 주목하며 그의 작품에 대해 페이지터너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작가, 재미와 작품성을 두루 만족시키는 작가라는 평가와 더불어 ‘기욤 뮈소 현상은 현재진행형’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기욤 뮈소가 독자들로부터 변함없이 사랑받고 있는 이유는 끊임없이 변신을 모색해온 덕분이다. 기욤 뮈소는 판타지, 로맨스, 스릴러가 복합적으로 가미된 소설을 써오다가 근래 들어 스릴러의 비중을 높였다. 《아가씨와 밤》은 판타지적인 요소는 없지만 흥미진진한 스토리와 강렬한 서스펜스로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소설의 주요 배경은 기욤 뮈소가 나고 자란 프랑스 남부 코트다쥐르의 앙티브이다. 지금껏 기욤 뮈소 소설의 주요 배경은 뉴욕이나 파리였다. 이 소설의 화자인 토마의 직업이 작가로 되어 있어 혹시 자전적 소설은 아닌지 오해하기 쉽지만 기욤 뮈소는 소설 말미에 적어놓은 <작가의 말>을 통해 완전 허구에 기반을 둔 작품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소설은 크게 두 갈래로 나누어진다. ‘코트다쥐르, 1992년 겨울’과 ‘코트다쥐르, 2017년 봄’이다. 무려 25년의 시차를 두고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등장인물은 바뀌지 않고 그대로이다. 1992년 코트다쥐르의 생텍쥐페리고교 졸업생들인 토마, 막심, 파니, 스테판과 그해 겨울 실종된 그들의 동급생 빙카의 이야기가 25년이라는 시간의 장벽을 허물고 되살아난다. 과거가 더 이상 희미한 그림자로 남아 있기를 거부할 경우 기억의 저편으로 밀쳐둘 수는 없다.
소설은 1992년 겨울과 2017년 봄을 교차하며 전개된다. 1992년에 생텍쥐페리고교에 다닌 남학생이라면 누구나 빙카 로크웰을 좋아했다. 빨강머리, 반짝이는 눈,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귀 뒤로 쓸어 넘기는 우아한 제스처, 특유의 신비한 미소와 시크한 표정은 어느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빙카만의 매력이었다.
1992년, 대다수 학생들이 고향으로 떠난 크리스마스 휴가 기간에 생텍쥐페리고교에서 살인을 저지르고, 체육관 신설공사 현장에 사체를 유기하고, 치밀한 은폐를 시도해 완전범죄를 획책한 사람들이 바로 이 소설의 주요 등장인물들인 토마, 파니, 막심, 막심의 부친 프란시스, 토마의 모친 안나벨이다. 매우 단순한 사건인 듯 보이지만 비밀을 파헤쳐갈수록 놀라운 사실들이 새록새록 드러난다. 책을 손에서 놓기 힘들 만큼 흥미진진한 전개와 기막힌 반전, 의표를 찌르는 결말이 함께 하는 소설이다.

완벽하게 숨긴 25년 전 살인, 누군가 그 비밀을 알고 있다.
빙카는 과연 어디로 사라졌을까? 사망했을까, 어딘가에 생존해 있을까? 경찰도 전혀 단서를 찾아내지 못하고 종결된 빙카 실종사건이 25년이라는 시간의 장벽을 뛰어넘어 다시 주목받는다. 빙카 실종사건의 전모를 알고 있는 누군가가 나타나 관련자들에게 은밀히 복수를 다짐하는가 하면 학교에서는 체육관 부지에 초현대식 다목적 건물을 짓기 위해 체육관을 허물기로 결정한다. 체육관 공사현장에 알렉시의 사체를 유기한 토마와 막심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결정이 아닐 수 없다. 이제 두 사람은 25년 전 꼭꼭 숨긴 비밀이 만천하에 드러날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토마는 빙카 실종사건에 대한 조사를 다시 시작하는 동시에 빙카가 어딘가에 반드시 살아있길 간절히 희망한다.
이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은 저마다 사랑을 이야기한다. 토마는 빙카를 사랑하고, 파니는 토마를 사랑하고, 빙카는 알렉시를 사랑하고, 안나벨은 프란시스를 사랑하고, 장크리스토프 선생은 드빌 선생을 사랑하고, 막심은 동성애자이다. 그들은 저마다 사랑을 이야기하지만 정작 상대에 대해 깊이 이해하거나 정말이지 자신과 잘 어울리는지 보려하지 않는다. 남몰래 그려온 이상적인 여성상 혹은 남성상을 상대에게 투영시키고, 영원히 그 모습 그대로 남아주길 기대하는 마음을 과연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사랑을 내세우지만 뒤틀린 욕망일 뿐이다. 살인과 사체유기, 끔찍한 복수극으로 이어지는 이 소설의 비극 역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이기적이고 그릇된 욕망에서 비롯되었다.
인간은 약한 존재이고, 주변에는 악마의 유혹이 차고 넘친다. 이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은 악마의 유혹에서 벗어나는 한편 사랑하는 연인 혹은 자식을 지켜주기 위해 전쟁을 치르듯 살아간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 토마의 아버지는 ‘삶의 현장은 어디나 전쟁터이고, 기본적으로 폭력적일 수밖에 없어.’라고 하고, 토마의 엄마는 ‘문명이란 불타는 혼돈 위를 살짝 덮고 있는 얇은 막에 불과해. 산다는 건 어차피 누구에게나 전쟁이라는 걸 잊지 마.’라고 한다. 이 소설을 읽고 나면 세상은 결코 말랑말랑하고 로맨틱한 곳이 아닐뿐더러 자기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내기 위해 잠시도 마음을 놓아서는 안될 만큼 위험한 곳이라는 섬뜩한 진단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 소설에는 독특한 개성을 가진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며 깊이 있고 섬세한 심리묘사를 통해 인물들의 내면세계를 흥미롭게 그려내고 있다.《내일》이후 기욤 뮈소는 뛰어난 스릴러 작가로 변신했다.《아가씨와 밤》은 기욤 뮈소 스릴러의 정점에 있는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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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8. 26. 22:13 해외베스트셀러
무의미의 축제 - 10점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민음사

 

“보잘것없는 것을 사랑해야 해요,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해요.”

농담과 거짓말, 의미와 무의미, 일상과 축제의 경계에서
삶과 인간의 본질을 바라보는 더욱 원숙해진 시선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으로 전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으며 21세기 생존하는 최고의 작가로 평가받는 밀란 쿤데라의 신작 소설 『무의미의 축제』가 출간되었다. 2000년, 『향수』가 스페인에서 출간된 이후 14년 만의 소설이다. 알랭, 칼리방, 샤를, 라몽, 네 주인공을 중심으로 다양한 이야기가 촘촘히 엮여 진행되는 이 소설은, 새로이 에로티시즘의 상징이 된 여자의 배꼽에서부터 배꼽에서 태어나지 않아 성(性)이 없는 천사, 가볍고 의미 없이 떠도는 그 천사의 깃털, 그리고 스탈린과 스탈린의 농담, 그에서 파생된 인형극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사유를 이어 가며 인간과 인간 삶의 본질을 탐구한다. 첫 소설 『농담』에서 시작되어, 『참을 수 없는 존재』에서 전 세계를 사로잡은 그의 문학 세계는 『무의미의 축제』에서 그 정점을 이루며(“쿤데라 문학의 정점.”―《퍼블리셔스 위클리》) “쿤데라 시대”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증명한다.

배꼽과 거짓말, 그 무의미한 에로틱함에 대하여

6월, 파리 거리를 거닐던 알랭은 배꼽티를 입은 여성들과 마주치고, 배꼽이야말로 이 시대, 남자를 유혹하는 힘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허벅지, 엉덩이, 그리고 가슴. 지금까지 남성들로 하여금 매력을 느끼게 한 여성의 이 신체 부위들에는 제각기 ‘의미’가 있다. “에로스의 성취로 이어지는 매혹적인 긴 여정”인 허벅지, “난폭함, 쾌활함, 표적을 향한 최단거리의 길”인 엉덩이, 그리고 “여자의 신성화, 예수에게 젖을 먹이는 동정녀 마리아, 여성의 고귀한 사명 앞에 무릎 꿇”게 하는 가슴. 하지만 몸 한가운데 그저 둥그렇게 팬 의미 없는 구멍, 이 에로티시즘은 어떻게 정의되어야 할 것인가?

“허벅지, 가슴, 엉덩이는 여자들마다 다 형태가 달라. 그러니까 이 황금 지점 세 개는 단지 흥분만 불러일으키는 게 아니고, 그와 동시에 한 여자의 개체성을 나타내 준다고. 배꼽을 가지고 이 여자가 내가 사랑하는 여자라고 말할 수는 없어. 배꼽은 다 똑같거든. 그러면 배꼽이 우리에게 말해 주는 에로틱한 메시지는 뭘까?” -작품 속에서

한편 암에 걸리진 않았을까 걱정하던 다르델로는 의사를 만나 건강에 문제가 없다는 말을 듣고 안도한다. 하지만 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친 예전 직장 동료 라몽에게 자신도 모르게, 자신이 암에 걸렸다고 이야기하고는 묘한 희열을 느낀다. 거짓말을 했다고 부끄럽지도 않았지만, 그 거짓말을 왜 했는지 스스로도 알 수가 없다. 암을 꾸며 내서 대체 무슨 이득을 본단 말인가? 사람들은 자신에게 이득이 될 때에만 거짓말을 하지 않는가? 그런데도 다르델로는 왜 이다지도 기분이 좋은 것일까?

의미와 무의미-탁월함과 보잘것없음, 그 특성에 대하여

다르델로는 화려한 언변으로 주위의 이목을 끄는 남자다. 한편 카클리크는 조용히 침묵할 뿐이다. 그런데 파티에서 만난 아름다운 여성들은 다르델로가 아닌 카클리크를 선택한다. 탁월함은 주변을 부담스럽게 한다. 함께 탁월해야만 할 것 같고,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야만 할 것 같은 부담감을 준다. 하지만 보잘것없다는 건, 주위를 편안하게 해 준다. 자기 자신으로 있게 해 주고 자유를 주기 때문이다.

“뛰어나 봐야 아무 쓸데없다는 거지, 그래, 알겠다.” “쓸데없기만 한 게 아니야. 해롭다니까. 뛰어난 남자가 여자를 유혹하려고 할 때면 그 여자는 경쟁 관계에 들어갔다고 느끼게 돼. 자기도 뛰어나야만 할 것 같거든. 버티지 않고 바로 자기를 내주면 안 될 것 같은 거지. 그런데 그냥 보잘것없다는 건 여자를 자유롭게 해 줘. 조심하지 않아도 되게 해 주는 거야. 재치 있어야 할 필요도 전혀 없어.” -작품 속에서

스탈린의 스물네 마리 자고새 이야기, “장난-후”의 시대에 대하여

거대한 역사의 흐름 속에 내맡겨진 인간, 그 존재의 가벼움에 천착하는 쿤데라는 이번 소설에서 스탈린과 칼리닌의 일화를 교묘히 엮어 낸다. 사냥을 간 스탈린이 자고새 스물네 마리를 발견하는데, 탄창이 열두 개밖에 없다. 열두 마리를 쏘아 죽인 다음 탄창을 가지러 13킬로미터를 왕복하는데, 돌아와 보니 남은 열두 마리가 그대로 있다. 이 경험을 스탈린이 자신의 동지들에게 이야기해 준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듣는 동지들 모두 웃지 않고 입을 꾹 다문다. 모두들 스탈린의 이야기가 ‘웃자고 한 농담’이 아니라 ‘역겨운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 스탈린의 농담은 “아무도 웃지 않는 장난”이 되어 버린다.

“농담은 위험한 게 됐지. 야, 너 잘 알고 있어야 돼! 스탈린이 자기 친구들에게 해 준 자고새 이야기를 기억해! 그리고 화장실에서 고래고래 소리 지른 흐루쇼프도! 위대한 진실의 영웅, 경멸의 말들을 토해 내던 그 사람 말이야. 그 장면은 예언적이었던 거야! 그 장면이야말로 정말로 새로운 시대를 열었지. 농담의 황혼! 장난-후의 시대!” -작품 속에서

그리고 이렇게 가면을 쓰고 서로를 마주하는 스탈린과 동지들, 그 사이에서 스탈린이 유일하게 정을 주는 인물이 있는데, 바로 칼리닌이다. ‘칼리닌그라드’의 주인공인 바로 이 ‘칼리닌’은 전립샘 비대증 환자인데, 그래서 연설을 하는 중에도 오줌을 누기 위해 시시때때로 자리를 박차고 나가야 한다. 하지만 유일하게 스탈린이 이야기하고 있는 중간에는 자리를 뜰 수가 없어서 바지에 실례를 하고, 스탈린은 그런 사실을 알면서 일부러 천천히 연설을 하며 그 상황을 즐긴다.
그런데 도대체 왜 스탈린은 도시 이름에 예카테리나 대제도 아니요 푸시킨도 아니고 차이콥스키나 톨스토이도 아닌, “별 볼일 없는 인물”의 이름을 택한 것일까? 그 이유는 바로, 너무도 진중한 역사의 한가운데에서 칼리닌은 “팬티를 더럽히지 않기 위해 괴로움을 견디”는, “생기고, 늘어나고, 밀고 나아가고, 위협하고, 공격하고, 죽이는 소변과 맞서 투쟁하”는 “이보다 더 비속하고 더 인간적인 영웅적 행위가 존재”할 수 없는, 즉 “모든 인간이 경험한 고통을 기념하여, 자기 자신 외에 아무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은 필사적인 투쟁을 기념하여 오래 기억될 유일한” 사람인 것이다.

무의미의 축제 - 우리는 무의미를 사랑해야 한다

쿤데라의 첫 번째 소설 『농담』에서, 농담이 농담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아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긴 한 남자의 이야기가 나왔다면, 어쩌면 그의 마지막 소설이 될지도 모를 『무의미의 축제』에 등장하는 이 스탈린의 일화는 이제 ‘농담’이 농담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을 넘어서, ‘거짓말’로 받아들여지는 시대에 대해 이야기한다. 현대를 살아가는 네 남자의 이야기 사이에서 어쩌면 기이하게 여겨질 수도 있는 이 역사적 일화를 통해 쿤데라는 하나의 농담조차에도 진지하고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시대의 무거움, 그 비극성에 마주하는 태도로서 ‘무의미’를 이야기한다.

“우리는 이제 이 세상을 뒤엎을 수도 없고, 한심하게 굴러가는 걸 막을 도리도 없다는 걸 오래전에 깨달았어. 저항할 수 있는 길은 딱 하나, 세상을 진지하게 대하지 않는 것뿐이지.” -작품 속에서

개인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새로운 에로티시즘의 시대를 여는 배꼽, 아무런 이유도 없고 이득도 가져다주지 않는 거짓말에 기뻐지는 마음, 농담을 거짓말로밖에 받아들일 수 없는 오늘, 모두가 모인 파티에서 아무런 무게도 의미도 없이 천장을 떠도는 (배꼽 없는 천사의) 깃털, 순수하게 육체적, 인간적 고통만을 주는 칼리닌의 방광 등, 쿤데라는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이 모든 이야기를 통해, 결국 우리 인간 존재의 삶이 아무런 의미 없음의, 보잘것없음의 축제일 뿐이며 이 ‘무의미의 축제’야말로 우리가 받아들이고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고 말한다. 그것이 우리의 시대라고.

“오래전부터 말해 주고 싶은 게 하나 있었어요. 하찮고 의미 없다는 것의 가치에 대해서죠. (중략) 하찮고 의미 없다는 것은 말입니다, 존재의 본질이에요. 언제 어디에서나 우리와 함께 있어요. 심지어 아무도 그걸 보려 하지 않는 곳에도, 그러니까 공포 속에도, 참혹한 전투 속에도, 최악의 불행 속에도 말이에요. 그렇게 극적인 상황에서 그걸 인정하려면, 그리고 그걸 무의미라는 이름 그대로 부르려면 대체로 용기가 필요하죠. 하지만 단지 그것을 인정하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고, 사랑해야 해요,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해요. 여기, 이 공원에, 우리 앞에, 무의미는 절대적으로 명백하게, 절대적으로 무구하게, 절대적으로 아름답게 존재하고 있어요. 그래요. 아름답게요.” - 작품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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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5. 19. 22:52 국내베스트셀러
청춘의 문장들+ - 10점
김연수 지음, 금정연 대담/마음산책

 

등단 20주년, 『청춘의 문장들』10주년, 김연수 작가의 특별 산문집
“‘말수 적은 문장’들을 아끼는 선배가 올봄 내게 준 선물” - 김애란(소설가)


2004년 출간 이래 25쇄를 발행하며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고 있는 산문집 『청춘의 문장들』이 10주년을 맞아 특별 산문집 『청춘의 문장들+』(청춘의 문장들 더하기)를 새롭게 선보인다. 작가 김연수의 독서 시절이 아름답게 반짝이는『청춘의 문장들』은 트렌디한 산문집 시장에서는 이례적으로 마치 고전처럼 끊임없이 인용되고 회자되면서 책 자체로 ‘청춘’을 구가 중이던 터다. 이에 독자와 한마음으로 함께해온 10년이라는 귀한 시간을 기념하고자 『청춘의 문장들』에서 10년, 청춘, 우연과 재능과 간절함, 직업, 소설, 불안, 점점 나아진다는 것, 책을 읽는다는 것, 치유 등 10개의 열쇳말을 뽑고, 그 주제로 김연수 작가가 금정연 평론가와 나눈 유쾌하고도 깊이 있는 대담과 함께, 특유의 감수성으로 새로 쓴 산문 10편을 엮었다. 또한 『청춘의 문장들』을 읽고 청춘을 지나온 후배 작가 김애란의 애틋한 발문까지 더해 의미를 더했다. 김애란은 올해 김연수 작가가 『청춘의 문장들』을 낼 무렵 나이인 서른다섯 살이 되었다며 이렇게 쓴다. “‘우리는 누군가와 반드시 두 번 만나는데, 한 번은 서로 같은 나이였을 때, 다른 한 번은 나중에 상대의 나이가 됐을 때 만나게 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살다 보면 가끔은 두 번째 만남이 훨씬 좋기도 하다는 것도. 그 ‘좋음’은 슬픔을 동반한 좋음인 경우가 많지만. 이곳에 나보다 열 살 많은 선배가 10년 전에 옮겨놓은 문장들을 들여다보다, 결국 우리가 청춘에 대해 말한다는 건 아버지에 대해 말한다는 것과 같은 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혹은 어머니 또는 아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그리고 그게 “한 시절 우리를 그토록 빛나게 한 여름의 속셈”이었는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올해 등단 20주년을 맞은 작가 김연수는 『청춘의 문장들』이라는 “책의 운명”을 통해 “독자의 존재”를 절감한다. 『청춘의 문장들+』는 『청춘의 문장들』과 인생의 한 시절을 보낸 독자를 위해 정성 들여 짓고 꾸린 선물과도 같다.

“누군가 오래 본 문장, 누군가 오래 볼 문장, 그러니까 여기 청춘의 문장들”
작가 김연수가 다시 쓰고 말하는 청춘의 열 가지 열쇳말


『청춘의 문장들』 곳곳에는 유년 시절, 문청 시절, 직장인 시절 작가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하여 출간 당시에는 개인적인 이야기가 드러난 탓에 “첫 책의 느낌처럼” 편치 않은 부분이 있었지만, 이제 작가는 이 책의 의미를 『청춘의 문장들+』에서 다시금 되짚는다.

그제야 사람들이 이 책에서 나를 읽는 게 아니라 다른 뭔가를 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니까 나의 청춘이 아니라 자신의 청춘들을 각자 읽고 있을 수도 있겠다, 그런 생각이요. 지금은 그게 꽤 신기하게 느껴집니다. 저보다 나이가 많이 어린 사람들과도 공감하는 지점이 있어서요. 저만의 일들을 썼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리라고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어요. 더구나 10년이 지나서까지, 그것도 이제 저보다 20년이나 어린 사람들과 말이죠. 그래서 누군가 지금 이 책을 읽고 제게 잘 읽었다고 얘기할 때면, 무슨 불가사의한 일이 벌어지는 것만 같아요. 그저 놀라울 따름이죠.
-「배웠다고 하기도 뭣하고, 안 배웠다고 하기도 뭣하고」33쪽

책이 하나의 물질로서 어떤 사람의 인생에 개입했다는 말을 들을 때는 기쁩니다. 예를 들어 “『청춘의 문장들』을 읽으면 대학 신입생 시절 기숙사로 올라가던 언덕길의 아카시아 향기가 떠오릅니다”라고 내게 말해준 독자가 있었는데, 이런 말은 너무 멋진 말이에요. 제 책이 누군가의 인생에서 그런 물질로, 아카시아 꽃 같은 것으로 남는다면 정말 어마어마한 일이 되겠죠. 그 때문에 자꾸만 좋은 책을 내고 싶은 거죠. 그들이 일단 갖고 싶어야 그런 책이 될 수 있으니까요.
-「자신의 인생에 책을 결부시키는 독자들을 위해서」182~183쪽

또한 스무 살과 청춘에 대한 기억, 소설 쓰기의 기쁨과 괴로움, 작가로서의 각오, 직장 시절 에피소드, 책을 읽는다는 일의 숭고함 등을 시종일관 때론 발랄하게, 때론 진중하게 산문과 대담으로 풀어낸다. 10년 전의 작가 김연수가 기억하고 썼던 시절들을, 또 그 시절의 이야기를 공유했던 독자들에게 이 산문집은 추억과 함께 시간이 더해준 묵직한 울림까지도 오롯이 경험케 한다.

“여전히 우리에게는 떨어지는 꽃잎 앞에서 배워야 할 일들이 남아 있다”
청춘의 문장들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


작가는 열 번째 청춘의 문장으로 ‘다시 10년이라는 것’을 꼽고 ‘낙화시절’을 이야기한다. “사람의 삶에서 나이라는 게 뭐 그리 중요할까 싶다가도 이렇게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는 걸 보면 신기하다기보다는 앞으로의 인생이 흥미진진해지지 않을 수 없다”(189쪽)고 말하며 두보의 「곡강」이라는 시를 20년 전과 다르게 읽는다. 두보가 이 시를 쓰던 연배에 거의 도달한 작가는 이제 “지는 꽃을 바라보는 일은 피는 꽃을 한 번 더 바라보는 일”을 뜻한다는 것을 안다. 지는 꽃은 모두 화려한 옛 시절을 품고 있다는 것. 그리고 여전히 청춘은 반복된다는 것.
“옛날 사람들의 문장이 우리 이야기가 되고, 나의 삶이 나의 것이 될 수 있는” 이 책을 통해 “언제라도 잊지 않는 것들만이 내가 아는 것이 된다는 것, 그런 것들을 배우려고 애쓰는 봄” 작가 김연수가 애써 고르고 적고 말한 청춘의 문장들을 다시 읽는 독자는 자신만의 청춘의 문장들을 떠올려볼 것이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이라는 어느 시인의 시를 빌리자면, 청춘은 가고 오는 것이라고 할 만하다. 이렇게 다시 『청춘의 문장들+』로 하여.

너무 잘 살아보려고 하지 마세요. 그런 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들에게나 어울리는 거잖아요. 젊었을 때는 천 년을 살 수 있는 사람처럼 살았으면 해요.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보고 싶은 거 다 보고요. 하지만 그런 낮을 보낸 날에도 밤은 어김없이 찾아올 것이고, 그 밤에 대개 우리는 혼자겠죠. 그런 밤이면 아마 시간이 너무 많아서 버겁다는 생각이 들기도 할 거예요. 맞아요. 그래서 청춘은 무거워요. 빨리 늙었으면 싶기도 하고요. 그럴 때 저는 저보다 먼저 살았던 사람들의 책을 읽었어요. 그러다가 마음이 동하면 잘 알지도 못하는 문장들에 줄을 그었죠. 그렇게 책에다 몇 번 밑줄을 긋다가 잠들고 나면, 또 새로운 날이 시작됐죠. 역시 어마어마하게 많이 남은 나날 중의 첫 번째 날. 누군가에게 『청춘의 문장들』은 그 새로운 날에 돌이켜보는, 지난밤의 밑줄 그은 문장 같은 것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때까지는 계속 소설을」197쪽
posted by colby
2014. 4. 29. 21:53 해외베스트셀러
작가 수업 - 10점
도러시아 브랜디 지음, 강미경 옮김/공존

 

“현대의 모든 글쓰기 지침서의 어머니”
1934년부터 오늘날까지 전 세계 작가 및 작가 지망생의 필독서
글쓰기와 독창성에 관한 최고의 모던 클래식, 한국어판 최초 출간


요즘은 인쇄 출판과 전자 출판, 인터넷 미니 홈피와 블로그, 모바일 통신 등 개인의 표현 및 의사소통 수단이 다양해지고 편리해지면서 글쓰기에 대한 욕구와 수요도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관련 지침서가 넘쳐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글쓰기 기교나 기술에 치중하고 있어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의 근본적인 문제를 제대로 해결해주는 책은 드물다. 그런데 이것은 요즘만의 현상이 아니다. 이미 약 80년 전에 이런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며 명확한 대책을 제시한 선구적인 책이 등장했다.
이번에 한국어로 처음 출간된 “현대의 모든 글쓰기 지침서의 어머니”, 즉 글쓰기 책의 원조라 불리는 『작가 수업(Becoming A Writer)』은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저명한 비평가 겸 편집자인 도러시아 브랜디(Dorothea Brande)가 1934년에 펴낸 기념비적인 저작이다. 브랜디는 이 책에서 당시에 작가 지망생과 신참 작가의 기를 죽이며 글쓰기 기교에 치중한 강의와 지침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글 잘 쓰는 독창적인 작가’가 되는 데 필요한 근본적인 요소들을 쉽고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지난 약 80년간 전 세계 영어권에서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로 꾸준히 읽혀온 것은 물론이고 독일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등 다른 여러 나라 언어로도 번역되었다. 또 중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글쓰기 및 창작 교재로도 이용되어 왔으며, 세계의 수많은 현대 작가들에게 유용한 지침과 영감을 주었다. 이 책은 브랜디가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고 싶어하는 모든 이들을 위해 남긴 위대한 유산이다.

작가의 근본 문제는 개인의 심리적인 것! _ 글쓰기와 무의식의 연관성을 설명해낸 최초의 현대 작가

브랜디는 이미 1934년에 대부분의 작가가 ‘기교’에 관한 다른 책은 필요치 않다는 것을 알았다. 작가의 근본 문제가 심리적 문제임을 깨달았던 것이다. 브랜디는 기성 작가나 글쓰기 교사로부터 “재능은 배운다고 해서 트이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을 듣고 기가 죽어 절망하는 신참 작가들의 기운을 북돋우고 그들이 느끼는 심리적 막막함을 해소해주고자 한다. 또 저자는 모든 사람이 저마다의 글쓰기 재능을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이 알고 싶어하지만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또는 못하는] 특별한 글쓰기 비법이 있다고 말한다. 이 책에는 바로 그 글쓰기 비법이 담겨 있다.
아울러 이 책은 브랜디가 1920년대에 했던 창조적 글쓰기 강의의 열기를 그대로 전하고 있다. 인간의 뇌 연구를 통해 좌뇌와 우뇌의 특별한 역할이 발견되기 수십 년 전에 이미 브랜디는 수강생들에게 작가로서 ‘순수한 시각’을 되찾는 법, 마음의 평온을 유지하는 법, 내면의 작가성을 이끌어내는 법 등을 가르쳤다. 브랜디는 신참 작가들에게 글쓰기 환경 속 모든 것의 영향을 예의주시하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무의식을 이용하는 법, ‘예술적 혼수 상태’에 빠지는 법, 예술적 혼수 상태에서 돌아와 자신을 비평하는 법 등을 알려준다.

‘프리 라이팅’ 기법의 효시 _ 막힌 ‘글문’을 탁 틔워주는 글쓰기 책의 마스터피스

‘문법과 형식의 구애를 받지 않고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는 자유로운 글쓰기’를 뜻하는 ‘프리 라이팅’(free writing) 기법은 피터 엘보의 『선생님 없이 글쓰기(Writing Without Teachers)』(1975)에서 처음 명명되고 나탈리 골드버그의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Writing Down the Bones)』(1986)와 줄리아 캐머런의 『아티스트 웨이(The Artist’s Way)』(1992)를 통해 유명해졌다. 그런데 원래 이것은 시인들이 즐겨 쓰던 방법이었으며, 산문 분야에서는 도러시아 브랜디가 『작가 수업』을 통해 처음으로 구현 방법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브랜디는 당시에 명명도 안 된 이 방법을 누군가에게 구체적으로 배우지도 철저히 의도적으로 고안해내지도 않았다. 오랫동안 타인의 글을 비평하고 자신의 글을 쓰고 또 글 쓰는 방법을 강의하면서 육체와 정신으로 체득한 것이다. 그래서 이 책 전체에는 ‘프리 라이팅’ 기법이 흐르고 있으며 4~6장과 15~17장에서 중점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브랜디는 ‘아침 글쓰기’를 제안한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말을 하거나 조간 신문을 읽기 전에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아무 내용이나 쓰라”고 주문한다. 한 문장도 쓰기 어려워 머리를 싸매는 사람이 있다면 누구나 저자의 가르침을 통해 자신의 막힌 ‘글문’을 시원하게 틔울 수 있다.

작가가 되는 데 필수적인 요소들 _ 글 잘 쓰는 독창적인 작가가 되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모든 것

이 책에는 작가가 되는 데 불필요한 습관을 버리거나 필요한 습관을 들이는 방법, 의식과 상보적인 입장에서 무의식을 이용하는 법, 물 흐르듯 글을 쓸 수 있는 비법, 본보기가 될 만한 작품을 모방하여 자기 것으로 만드는 방법, 작가의 눈이 글을 쓰기 위한 ‘순수한 시각’을 되찾는 법, 예술가의 무아지경이라고 할 수 있는 ‘예술적 혼수 상태’에 빠지는 법, 자신의 속박된 글쓰기 재능을 해방시키는 법, 작가로서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 다른 작가와 다른 자기만의 독창적인 글을 쓸 수 있는 비결, 작가로서의 독서법, 사교 생활과 취미의 득실과 선택 방법, 글쓰기 도구와 환경을 갖추는 법, 작가에게 도움이 되는 휴식을 취하는 법, 자신의 작품과 작업 방식을 평가하는 법 등 작가에게 필수적인 지침들이 쉽고 명료하게 제시되어 있다.

글쓰기 달인이 쓴 글쓰기 지침서 _ 저자는 저명한 비평가 겸 소설가 겸 편집자인 베스트셀러 작가

도러시아는 브랜디는 「머리말」에서 말하듯 “성인이 되고 나서 대부분의 시간을 글을 쓰거나 편집하거나 소설을 비평하며 보냈다.” 브랜디는 당대의 손꼽히는 잡지 편집자였고, 베스트셀러 소설과 논픽션의 저자였으며, 저명한 비평가이자 칼럼니스트였다. 또 미국 전역을 누비며 창조적 글쓰기에 관한 강연을 했고 전국의 수많은 독자에게 글쓰기 상담도 해주었다. 글읽기와 글쓰기에 일생을 바치고 글로 커다란 성공을 거둔 브랜디는 한마디로 글쓰기의 달인이었다.
특히 대공황 시절인 1936년에 펴낸 인생 지침서(inspiration book) 『깨어나 생동하라!(Wake Up and Live!)』(공존 근간)는 200만 부가 넘게 팔렸고 8개국어로 번역됐으며 1937년에는 20세기 폭스 사에서 뮤지컬로도 만들어졌다. 물론 이 책 『작가 수업』도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스테디셀러 목록에서 한 번도 빠진 적이 없다. 한때 절판됐다고 볼 수도 있지만 사실은 사후에 저작권이 정리되고 출판사를 갈아타면서 일시 품절이 됐을 뿐 지난 76년간 끊임없이 판매됐다. 브랜디의 소설 『가장 아름다운 여인(Most Beautiful Lady)』(1935)과『나의 천하무적 아주머니(My Invincible Aunt)』(1938)도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이번 첫 한국어판에는 본문에 거론되는 주요 작가들의 작업 풍경이 표지에서부터 함께 실려 있다. 그래서 독자들은 원서에 없는 희귀본 사진을 통해 위대한 작가들의 글 쓰는 모습과 환경을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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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4. 6. 21:35 해외베스트셀러
장사의 神 - 10점
우노 다카시 지음, 김문정 옮김/쌤앤파커스

 

“일본 요식업계의 전설, 술장사의 신,
“토마토를 자를 수 있다면 밥집을 열 수 있고, 병뚜껑을 딸 수 있다면 술집을 할 수 있다!”


모든 사람들이 그를 ‘장사의 신’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가 하면 다르고, 그가 하면 무조건 성공하기 때문이다! 이 책 속에 녹아 있는 모든 노하우는 그야말로 ‘실천편’이다. 가게 입지를 선정하는 방법부터 무조건 팔리는 메뉴를 만들고, 한 번 온 손님을 영원한 단골로 만드는 절대 비법까지… 진짜 장사 좀 해보고 싶은 사람들은 열 번, 스무 번 정독하고 숙지해야 할 핵심 비법들이 수두룩하다. 인생 마지막 프로젝트로 ‘장사’를 생각하고 있다면, 무조건 이 책을 집어 들고 장사의 신이 들려주는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에 완전히 몰입할 것을 권한다!

‘우노 다카시’가 들려주는 장사에 대한 모든 것!”
무조건 팔리는 비법, 장사의 신에게서 제대로 배운다!


“이제 내 마지막 길은 장사다!” 작은 선술집부터 밥집, 자신만의 개성을 담은 카페까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거나 하던 일을 접고 평생 할 수 있는 직업으로 장사를 선택하는 것이 요즘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하지만 마지막 투자라 생각하고 그 길을 선택했고,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데 왜 열의 아홉은 실패하고 마는 걸까? 장사의 신 ‘우노 다카시’는 그런 모든 이들에게 묻는다.
“과연 당신은 제대로 장사하고 있는가?”
장사에도 왕도가 있다! 죽을 각오로 열심히 하는 것도, 실패를 각오하고 이 방법 저 방법을 시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답은 ‘제대로’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 이 책의 저자 우노 다카시는 일본에서는 요식업계의 전설이자 ‘장사의 신’으로 불리는 사람이다. 커피숍의 매니저로 시작해, 200명이 넘는 자신의 직원들을 성공한 이자카야의 사장으로 만든 주인공. 그가 이 책에 쏟아놓은 장사의 비법은 남다르다!
부동산에서 가게 입지를 선정하는 방법, 백발백중 성공하는 메뉴를 만드는 비법, 접객을 통해 매출을 올리는 비법과 가게를 효율적으로 늘려가는 방법까지… 바로 곁에서 1:1로 코치하듯 들려주는 날카로운 지적과 빈틈없는 가이드는 독자들을 완전히 몰입하게 만든다.
이미 일본 유명 트렌드 잡지 [닛케이 레스토랑]을 통해 수많은 고정 독자팬을 끌어들인, 감히 한 권으로 담아내기엔 아쉬운 이야기들. 정말 장사에 성공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그 어떤 장사에도 통하는 우노의 비법을 반드시 숙지해야 것이다.


따끔한 충고, 날카로운 지적, 하지만 반드시 적중하는 성공의 비법…
장사꾼들이 그의 이야기에 몰입할 수밖에 없는 데는 이유가 있다!


장사가 좋아서, 가게 주인이 되고 싶어서 시작한 일인데 장사 좀 안 된다고 금세 투덜거린다면 장사하지 마라! 접객의 ‘접’자도 모르고 메뉴판 하나 제대로 만들 줄 모르면서 있는 돈 다 털어서 가게만 번듯하게 세워놓고 손님 올 날만 기다리고 있다면 장사하지 마라! 대형 가게를 이기지도 못할 ‘싼값 전략’이나 ‘식재료’ 질을 떨어뜨려서 이윤 남기려는 수작이라면 장사하지 마라!….
200명 이상의 이자카야 사장을 길러낸 우노 다카시의 지적은 날카롭다. 대부분의 초짜 장사꾼들이 저지르는 실수들을 수두룩하게 나열할 때마다 보는 이들의 심장이 덜컥덜컥 내려앉는다. 하지만 그의 지적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고, 대안이 있고, 답이 있다! 실패할 각오를 하는 것보다 성공할 각오로 덤벼들고, 무모한 시도를 하기 이전에 충분히 생각하고 시도해 적중률을 높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돈이 없어 인적이 드문 곳에 가게를 차린다면 멀리서도 찾아올 수밖에 없는 그곳만의 매력을, 요리를 못한다면 접객이 강한 메뉴를 만들고, 다양한 메뉴를 만들 수 없다면 한 번으로 강한 인상을 남기는 주인장이 되어라. 또 대형 가게랑 싸울 생각 말고 작은 가게만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는 가게를 만들어라!
장사를 위한 정말 소소한 팁에서부터 어떤 불황에도 망하지 않는 강한 가게를 만드는 전략. 진정한 장사꾼으로서 제2, 제3의 사장을 길러내고 자신 또한 다른 이들의 롤모델이 되는 더 먼 곳을 바라보는 인생의 계획까지… 모든 장사꾼들이 ‘아버지’라 부르는 ‘우노 다카시’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은 《장사의 신》. 이 책은 그의 끊임없는 성공 행보와 장사로 성공을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들려줄 노하우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기존의 책들과는 완전히 다른 방법으로 담아내고 있다!
posted by colby
2014. 3. 29. 22:37 해외베스트셀러
속죄 - 10점
이언 매큐언 지음, 한정아 옮김/문학동네

 

2008년 골든글로브 작품상과 음악상을 수상한 '어톤먼트' 원작.

천진함으로 저지를 수 있는 범죄는 '어린아이'에서 끝나야 한다. 문제는 이런 '어린' 욕망이 한층 더 교활하고 치밀해진 어른의 욕망으로 자라날 때다. 매큐언은 '인간의 어두운 욕망과 집단 무의식'에 관한 주제를 다루는 작가 중에서 단연 탁월하다. 1998년『암스테르담』으로 영국 최고의 문학상인 부커상을 수상하기 전까지도 신체절단과 근친상간 등 소재의 선정성과 거침없는 전개 때문에 그의 이름 뒤에는 '불온함'이라는 빨간 딱지가 따라다녔다. 하지만 이번 작품『속죄』로 그는 명실공히 영국 최고의 작가 반열에 올랐다. 매순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서스펜스의 완급 조절 능력, 여기에 다른 문학작품에서 얻은 영감이나 캐릭터의 인상을 적재적소에 배치함으로써 독자의 지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요령 또한 뛰어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의 작품에서는 '생의 음모론'이랄까, 불편하지만 한편으로 속이 후련해지는 전복이 있어서 좋다. 멀쩡해 보이던 삶의 이면을 살짝 뒤집어서는 "네가 이렇잖아, 맞지? 별 것 아니지?" 하고 묻는 예리함.

이번 작품 『속죄』는 한 소녀의 천진한 오해가 불러일으킨 어이없는 사건을 통해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폭력'의 여러 수위를 다루고 있는 수작! 1930년 영국의 어느 시골 저택. 감수성 만큼이나 예민한 결벽증을 가진 주인공 브리오니는 소설가를 꿈꾸는 열세 살의 소녀다. 대학을 갓 졸업하고 집에 내려와 있는 언니 세실리아는 생의 권태로움에 조금씩 젖어들기 시작하는 영국 상류층 아가씨. 의대생이라는 전도유망한 미래를 앞둔 가정부의 아들 로비 터너와는 어릴 때부터 친하게 지내왔지만 최근 들어 싹트기 시작한 성적 긴장감으로 오히려 오해와 불편함을 가지고 있는 사이다. 이 저택에 브리오니의 사촌언니인 롤라와 쌍둥이 동생이 찾아오고 이어 오빠의 친구이자 초콜렛 재벌 2세인 마셜이 손님으로 초청된다. 그리고 농밀한 여름 저녁, 쌍둥이 동생들을 찾아나선 롤라는 누군가에게 강간을 당하고 로비와 세실리아 사이의 알 수 없는 행동을 목격한 소녀 브리오니는, 단편적인 사실과 자신의 상상력을 교묘히 조작해서 로비를 강간범으로 지목한다...

작가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어느날 들이닥친 한 사건이 그들을 어떤 이해관계로 결속하고 내밀한 욕망과 타협하게 하는지, 그것이 또 얼마나 천진한 허울을 쓰고 나타날 수 있는지 파헤친다. 2부에서는 강간 혐의로 전쟁에 징집된 로비 터너의 행보를 통해, 개인의 뒤틀린 욕망이 야기하는 비극 뿐 아니라 그것이 집단 광기로 드러날 때 나타날 수 있는 폭력의 더 큰 수위로까지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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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3. 24. 21:50 해외베스트셀러
제3인류 4 - 10점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열린책들

 

베르베르판 신(新) 창세기 - 제4권 출간(제2부 완결)
2013년 10월 제1부가 출간되어 연속 3개월간 종합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제3인류』의 제4권(제2부 완결편)이 출간되었다.
『제3인류』는 한계 없는 상상력의 대가 베르베르가 신화와 철학, 대담한 과학 이론을 접목해 야심 차게 쓴 신(新) 창세기다. 베르베르는 인간의 손에 의해 새로운 인류가 창조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이들의 사회는 어떤 모습이 될지, 인간과의 관계는 어떻게 될지 거대한 규모의 상상세계를 흥미롭게 펼쳐 보인다.

제1부(1, 2권): 초소형 인간 에마슈의 탄생 과정
핵무기의 무분별한 사용, 자연재해와 환경 재앙, 자원 고갈, 대전염병, 야만적 자본주의, 종교적 광신…… 인류가 끝없이 어리석은 선택으로 자멸을 향해 치닫는 미래의 어느 시점, 그 위기를 넘어서기 위해 군 정보 요원과 과학자들로 구성된 비밀 기관에서 기상천외한 시도를 감행한다. 바로 초소형 인간 <에마슈>를 탄생시킨 것. 과학자들은 이 에마슈들에게 더 진화된 인간의 속성이라고 믿는 유전 형질을 부여했다. 에마슈들은 인간보다 더 작고(신장 17센티미터), 더 여성적이며(성비가 9:1로 여성이 압도적), 더 큰 저항력(방사능과 오염된 환경에 대한 내성)을 가졌다.
에마슈들은 이란 호전주의자의 무차별 핵 공격을 사전에 차단하는 군사 첩보원으로 암약해 제3차 세계 대전의 위기를 막아 내는 성과를 올리지만, 그 과정에서 인간 사회에 극적으로 노출되어 커다란 파문이 일어난다.

제2부(3, 4권): 에마슈의 활약과 인간과의 갈등
초소형 인간 에마슈들은 작은 몸, 오염에 대한 강한 내성, 기민한 판단력을 가진 강점을 이용해 인간이 진입할 수 없는 사고 현장에서 인간을 구출하는 공개적 활동을 하면서 우호적인 여론이 형성되고, 이를 바탕으로 <피그미 프러덕션>이라는 에마슈 파견 용역 회사가 설립된다.
에마슈들이 각종 구조 현장과 의료, 기술, 일반 가정생활 영역에까지 임대 파견되는 등 인기를 얻어 가면서 인간 사회에 순조롭게 합류하는 듯했지만 곧 문제가 발생한다. 한 소년이 에마슈를 학대하고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이에 대한 처벌 여부를 놓고 공방이 벌어지면서 에마슈의 정체성이 쟁점으로 떠오른다. 인간의 법은 에마슈들을 인간이 소유할 수 있는 사물로 판결한다. 중국에서는 불법 복제로 에마슈들이 대량 생산되어 헐값에 임대 또는 판매되는 사태도 벌어진다. 그동안 인간을 신으로 받들며 복종하던 에마슈들은 자신들의 존엄성에 눈뜨면서 저항을 시작한다. 인간들로부터 독립을 꿈꾸는 에마슈들은 어떤 운명을 맞이할 것인가?

유머 속에 담아낸 인류 문명에 대한 반성적 성찰
<다른 시선으로 인간을 바라보기>라는 베르베르의 줄기찬 문학적 지향은 이 작품에서도 나타난다. 베르베르는 이 작품 속에서, 여전히 미성숙한 존재인 인간을 창조주, 불완전한 신의 위치에 놓음으로써 방황하고 갈등하는 모습을 노출하게 만든다. 또 에마슈들의 사회에 타락과 범죄, 종교와 제도, 자유의지의 문제가 발생하는 과정을 보여 주는데, 그것은 인간 사회와 문명사의 시뮬레이션이나 다름없다. 이런 장면들을 보노라면 독자는 야릇한 웃음을 짓게 된다. 유머를 통해서 인류 문명에 대한 반성적 성찰을 어둡지 않게 유도한다는 것이 이 작품의 미덕이다.
과학 소설에 우화적 수법을 접목하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작가는 지구를 의식 있는 존재로 인격화한 가이아를 요소요소에 등장시킨다. 가이아는 독백의 형태로만 등장하며, 3인칭 시점으로 서술되는 전체 소설에서 가이아의 독백은 1인칭 서술로 독립되어 흐른다. 이 독특한 작법으로 인해, 인류 멸망 전야를 배경으로 하는 만큼 암울한 묵시록이 될 수도 있는 이야기가 뚜렷한 메시지를 담은 우화의 색채를 띤다. 인류가 지금처럼 지구 행성을 소모하는 자기 파괴적 생활 방식을 계속한다면 종말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는 것, 인류는 자신을 탈바꿈시켜 스스로 구원의 길을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 바로 그 메시지다.

“인간은 스스로의 진화 방향을 선택할 수 있다”
작품의 밑바탕에는 인간이 스스로 진화의 방향을 능동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현인류는 아직 진화가 완료된 생명체가 아니며 과도기적인 존재이며, 이전에 있었던 또 다른 인류의 뒤를 잇는 제2인류일 뿐이다. 제3인류의 이름 <에마슈>는 초소형 인간을 가리키는 프랑스어 Micro- Humains의 두문자 M(엠), H(아슈)를 프랑스식으로 읽은 작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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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3. 23. 18:33 국내베스트셀러
강신주의 감정수업 - 10점
강신주 지음/민음사

 

‘감정의 윤리학자’ 스피노자와 함께 떠나는 내면의 여행

이성과 감성, 인간은 이 두 가지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어야 온전한 삶을 이룰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가부장제와 물질만능주의가 야기하는 억압적인 구조 아래에서 감정을 억누르며 살 수밖에 없다. 이성이 절대 위치에 있는 철학 전통에서 인간을 이해하는 데 감정이 중요한 키워드임을 주지시켰던 ‘혁명적인’ 철학자가 있었으니, 바로 17세기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유대인 교회에서 파문당한 스피노자다. 스피노자는 『에티카』 3부에서 인간의 감정을 크게 48가지로 분류하고, 그와 유사한 감정들을 비교하면서 파고들었는데, 인간의 감정을 이토록 세분해서 소개한 철학자는 없었다. 대중과의 소통을 소중히 여기는 철학자 강신주 박사는 자아를 잃고 방황하는 현대인에게 지금 시급한 문제는 바로 자기 감정을 회복하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철학자의 어려운 말을 독자에게 쉽게 전달하기 위하여 위대한 심리학자와도 같았던 작가들의 이야기에서 예를 가져온다. 또한 자칫 추상화될 수 있는 인문학을 구체적인 현실과 연결 짓기 위하여 저자는 지난 10여 년간 ‘철학 카운슬러’로 활동한 경험을 살려 ‘철학자의 어드바이스’를 덧붙였다. 이제 우리는 잠자고 있는 감성을 깨울 시간이다. 타인의 감정을 살피고 나의 감정을 들여다보기 위하여 각 장마다 그림 보는 시간을 할애했다. 그리하여 『강신주의 감정수업』은 스피노자의 48개의 감정, 48권의 세계 문학의 걸작, 철학자가 들려주는 48개의 어드바이스, 그리고 자신의 감정을 시각화했던 예술가들의 명화 45개로 이루어진 책이다.

★ 우리는 왜 내 감정을 소중히 여겨야 하는가?

현재에 살지만 과거나 미래에 사로잡힌 사람의 행동 준칙은 ‘선(Good)과 악(Evil)’이다.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감정의 목소리에 충실한 사람의 행동 준칙은 ‘좋음(good)과 나쁨(bad)’이다.

감정은 우리 삶의 속도만큼 충분히 지속적이다. 그러니 감정의 색채를 믿고 따르라! 자신의 심장 소리와 함께 지속되는 그 감정의 목소리를 존중하라! 그것이 당신의 삶을 현재로 충만하게 사는 유일한 방법이니까. 물론 그러기 위해서 여러분은 타인의 평가에서 자유롭고 당당해져야만 한다. 주변 사람들은 자유로운 감정의 소유자와 당당한 사람을 무서워하는 법이다. 그건 자신들이 그렇게 살지 못하고 있다는 자괴감 때문이다. 비겁함 때문에 자신이 따먹지 못한 과일을 과감히 따먹는 사람을 보고 마음이 편할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 감정을 순간적이라고 저주하면서 현재를 부정하는 사람들, 그래서 현재에 살지만 과거나 미래에 사로잡혀 살아가는 사람들의 행동 준칙은 ‘선(Good)과 악(Evil)’이다. 반면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감정의 목소리에 충실한 사람들이 따르는 행동 준칙은 ‘좋음(good)과 나쁨(bad)’이다. 돌아보면 경제적인 여러 이유로 사랑하는 남자를 포기한 여성은 ‘좋음과 나쁨’의 기준이 아니라 ‘선과 악’의 기준을 따른 것이다. 여러 가지로 무능력해 보이는 남자와 결혼하는 것, 그것은 자본주의라는 공동체의 가치를 수용하고 있는 부모나 친구들에게서는 악으로 보였던 것이다.
―「에필로그」에서

이 책에서 감정 하나하나를 구체적인 예와 함께 파고드는 이유는 스스로 나의 감정의 정체를 식별하는 훈련을 하기 위함이다. ‘연민’이나 ‘동정'을 사랑으로 착각하는 여자들, ‘질투'를 사랑의 증거라고 오해하는 남자들, ‘경멸'과 ‘멸시' 속에서도 헤어지지 못하는 연인들… 억압적인 자본주의와 권위적인 가부장제 사회에서 현대인은 나의 감정에 충실하지 못하고 돈 버는 남편으로서, 공손한 며느리로서, 말 잘 듣는 자식으로서 인습의 노예로 살아간다. “나쁜 감정인데 좋은 감정이라고 착각하거나, 반대로 좋은 감정인데 나쁜 감정이라고 혼동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감정의 혼동은 삶의 혼동을 낳고, 마침내 자신을 불신하는 것으로 막을 내리기 쉽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나의 감정이 무엇인지 정확히 아는 것, 이것은 바로 내가 누구인지를 알고, 또 비로소 내가 내 삶의 주인으로 살아갈 수 있는 첫 걸음이다.

자신의 감정과 삶을 교살시키는 이런 비극적인 사태가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선과 악’이라는, 부모나 타인들의 가치 평가를 그대로 수용했기에 이런 비극이 발생한다. 하지만 감정의 중요성을 정확히 이해함으로써 이런 비극을 막을 수도 있다. 이제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자신의 감정을 따르지 않는다면 우리는 내 삶을 행복하게 살아낼 수 없다는 진실을. 비극이 발생하는 두 번째 이유는 우리가 자신의 마음을 뒤흔드는 다양한 감정들에 너무나 서툴렀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두 번째 이유에서 발생하는 비극을 막기 위해서, 지금 자신을 휘감고 있는 감정이 슬픈 것인지 아니면 기쁜 것인지 정확히 식별할 수 있어야만 한다.
―「에필로그」에서

★ 『에티카』와 스피노자의 48가지 감정

감정을 다스리려는 칸트의 이성이 아니라
감정을 긍정하고 지혜롭게 발휘하는 스피노자의 이성이 필요하다.

17세기 철학자 스피노자와 그의 저서 『에티카』는 철학사에서 많은 논란과 동시에 흠모의 대상이다. 이성 중심의 서양 철학 전통에서 ‘감정의 철학자’로 불리게 되는 혁명적인 사상가이기 때문이다. 철학자 강신주 박사는 이 스피노자의 감정을 우리의 현실에 비추어 하나하나 세심하게 설명해 준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이성적인 존재일까? 이것은 감정의 강력함에 직면했던 인간의 절망스러운 소망에 지나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한 번이라도 자신과 타인을 제대로 응시했다면, 누구나 인간이 이성적이기보다는 감정적이라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사실 이성은 감정보다 먼저 일어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심지어 이성은 감정을 통제하기 위해 발명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성이 감정을 적대시한다면 언젠가 감정의 참혹한 복수 앞에서 자신의 무기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감정에 무조건적으로 적대적이었던 칸트의 이성과는 다른 종류의 이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직감하게 된다. 감정의 쓰나미를 무모하게 막아서려는 이성이 아니라, 감정을 긍정하고 지혜롭게 발휘하는 스피노자의 이성 말이다.
―「프롤로그」에서

★ 철학자가 풀어주는 48가지 욕망

대부분의 철학자들이 인간의 이성에서 윤리학을 시작하려고 할 때,
스피노자는 자신의 윤리학을 욕망에서부터 출발했다.
이것이 바로 스피노자가 지닌 혁명성이다.

우리의 현실은 이성보다 감정에 좌우되는 존재다. 하지만 나의 감정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그 감정이 어떤 성격의 것인지 모를 때가 많다. 내 옆에 있는 남자에 대한 끌림이 단순히 좋은 사람에 대한 호감일까, 아니면 사랑의 시작일까? 지금 연인에 대한 나의 감정은 연민일까, 진짜 사랑일까? 나의 선택은 올바른 감정에서 비롯된 것일까, 아니면 소심함 때문에 선택한 실수일까? ‘대담함’이란 감정은 용기와 동의어일까? 나의 친구가 좋아하는 사람을 나도 좋아하는 것은 진심일까, 아니면 경쟁심의 발로일까? 우리는 나도 모르는 감정에 이끌려 잘못된 판단을 할 때도 있다. 주체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나의 감정을 분명히 파악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감정의 종류와 성격에 대해 인문학적인 성찰이 필요하다.

개개인의 삶보다는 사회질서를 우선시하는 대부분의 윤리학자들이 스피노자를 그토록 비난했던 것도 다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그들은 전체 사회를 위해 개인의 욕망은 통제되거나 절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으니까. 이렇게 사회 전체의 입장에서 자신의 욕망을 검열하는 것이 바로 ‘이성’의 역할이다. 결국 이성의 윤리학은 사회의 윤리학이지 ‘살아 있는 나’의 윤리학일 수는 없다. 욕망을 긍정하면서 스피노자가 복원하고자 했던 것이 바로 이 ‘살아 있는 나’를 위한 윤리학이었던 것이다. 스피노자의 말대로 우리는 모두 무엇인가를 욕망하는 존재이고, 당연히 나의 욕망을 부정하는 것과는 맞서 싸우는 존재이다. 그러니 만일 욕망을 억압당한 채 끝내 실현할 수 없다면, 우리는 살아도 죽은 것과 진배없는 것 아닐까.
―「16 욕망, 모든 감정에 숨겨져 있는 동반자」에서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어쩌면 “그것은 감정을 억누르거나 죽이는 기술을 얻었다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감정은 “평범한 삶을 뿌리에서부터 뒤흔들 수 있는 힘”을 지녔기 때문에 우리의 운명을 좌우할 만큼 신적이기까지 하다.

★ 철학자가 읽어주는 48권의 소설


사랑의 감정은 질투라는 감정을 낳지만,
반대로 질투라는 감정이 사랑의 감정을 낳지는 못하는 법.
질투는 단지 사랑의 찌꺼기에 해당하는 감정일 수밖에 없으니까.

스피노자는 ‘비루함(abjectio)’의 감정을 “슬픔 때문에 자기에 대해 정당한 것 이하로 느끼는 것”으로 해석한다. 그러나 이렇게 철학적인 명제를 일반 독자가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저자는 스피노자가 정의한 감정을 소설 문학을 통해 설명하려고 시도한다. 예를 들어 투르게네프의 『무무』에서 농노 게라심은 그토록 사랑하는 강아지 무무를 왜 자기 손으로 직접 강물에 던져야 했을까?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빼앗기고 나자, 게라심은 자신도 모르게 노예가 아니라 주인이 되지 않는다면 사랑도 지킬 수 없다는 진실을 자각하게 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사랑의 기적이다. 나 또한 사랑의 기쁨을 지켜낼 수 있는 주인으로 살고 있는가?
―「1 비루함,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해 극복해야 할 노예의식」에서

“노예는 사랑을 할 자격이 없다. 인간의 가장 소중한 감정인 사랑은 오직 자유인에게만 허락되니까.” 투르게네프가 어머니를 모델로 지었다는 이 짧은 이야기에서 무지막지한 여지주는 비록 벙어리이지만 위엄 있는 훌륭한 농부 게라심의 손에 빗자루를 쥐어주고 마당쇠로 만들어 버렸다. 그렇게 하릴없이 하루하루 보내고 있는 게라심이 사랑에 빠지자 여지주는 게라심이 사랑하는 여자를 다른 하인에게 시집 보내 버린다. “자신의 감정을 소중히 지키려는 순간, 충직했던 게라심은 당당한 주체로 거듭나게 될 테니까.” 이렇게 여지주가 주인으로서의 삶을 부정할 때, 즉 “어떤 타자가 나의 삶의 의지를 꺾으려고 할 때” 느끼는 감정이 바로 ‘비루함’이다.

‘야심’ 하면 우리는 보통 정치적, 사회적 욕망을 떠올린다. 하지만 저자는 좀 더 인간의 근원적인 욕망을 들여다본다. 스피노자는 야심을 “모든 감정을 키우며 강화하는 욕망”이라고 덧붙인다. 저자는 야심이야말로 자신을 객관적으로 자각하지 못하게 만드는 위험한 감정임을 지적한다. “더 위험한 것은, 야심이 커질수록 너무나 다양한 감정들, 우리의 삶을 풍성하게 만들어 주는 감정들이 모조리 고사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야심은 아카시아나무와도 같다. 너무나 생명력이 강하고 뿌리가 깊어서 주변의 다른 나무들을 모조리 파괴하는 아카시아나무 말이다. 그렇지만 아카시아 꽃향기는 어찌나 매혹적인지!” 모파상의 소설 『벨아미』에서 철학자는 ‘야심’을 신성하고 순수한 욕망이라고 생각하는 사랑의 감정에서도 떨쳐버리기 힘든 욕망이라고 말한다.

사랑에도 이미 야심은 그림자처럼 따라다니고 있다. 사랑에 빠지는 순간, 우리는 사랑의 행복을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한다. 자신의 행복을 알려 모든 사람들로부터 주목받고 싶기 때문이다.
―「5 야심,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약점」에서

『위대한 개츠비』에서 철학자는 순수한 열정으로 데이지를 사랑하는 개츠비의 꿈에 숨어 있는 ‘탐욕’의 욕망을 읽어낸다. “결국 개츠비의 사랑도 탐욕에서 출발했던 셈이다. 그러니 진정으로 위대한 것은 개츠비, 데이지, 그리고 톰을 가로지르고 있는 ‘탐욕’ 그 자체가 아니었을까.”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서는 ‘대담함’을 사랑과 관련시킨다. 주인공 윈스턴과 줄리아는 당국이 그토록 금지하는 사랑을 감행함으로써 빅브라더에 맞서려 했다.

대담함을 욕망이라고 말하는 대목에서 스피노자의 비범함을 발견하게 된다. 욕망이란 기본적으로 기쁨의 증진을 도모하는 작용이기 때문이다. 사랑만큼 살아갈 힘과 기쁨을 증폭시키는 경험이 또 있을까? 조지 오웰이 『1984』에서 모색했던 것도 바로 사랑의 파괴력, 그러니까 압도적인 힘 앞에서 주눅 들지 않는 대담함이라는 감정이었다.
―「7 대담함, 나약한 사람을 용사로 만드는 비밀」에서

알랭 로브그리예의 『질투』에서 철학자는 “질투의 바닥에는 스스로가 주인공이 되고 싶은 감정이 똬리를 틀고 있었던 셈이다. 질투는 나를 주인공으로 만들어 줄 수 있는 사람이 그렇게 하지 않을 때 드는 감정이니까.”라며 질투의 본질을 드러내 보이는 한편, ‘질투’가 결코 ‘사랑의 증거’는 아님을 짚는다.

그렇지만 이것만으로 화자에게 사랑이 완전히 복원될 수 있을까? 불행히도 그럴 수는 없다. 사랑의 감정은 질투라는 감정을 낳지만, 반대로 질투라는 감정이 사랑의 감정을 낳지는 못하는 법. 질투는 단지 사랑의 찌꺼기에 해당하는 감정일 수밖에 없으니까. 그래서 프랑크는 일종의 손전등과 같은 역할을 했는지도 모른다. 더 이상 화자의 시선에 중심적으로 들어오지 않던 아내가 그의 눈과 마음에 들어온 것은 프랑크가 그녀를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언제든지 카메라 앵글과 같은 화자의 눈에 그녀가 다시 사라질 수도 있는 법이다. 프랑크가 더 이상 그녀를 주시하지 않고, 그녀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 순간 다시 북아프리카의 하루하루는 모든 활기를 잊고 무미건조하게 돌아갈 것이다. 무심하게 작열하는 태양에 널브러져 있는 모래알처럼.
―「28 질투, 사랑의 껍데기와 같은 서글픈 감정」에서

소설 읽기는 가상의 사회생활을 경험하게 만든다. 소설가들이 경험했던, 혹은 묘사한 소설 주인공의 감정들을 이해하는 것은 나의 감정을 이해하는 하나의 친절한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렇기에 철학자가 문학에서 예를 가져와 독자에게 친절한 설명을 해 주는 문학과 철학의 소통을 통해 헷갈릴 수 있는 개념들을 일상의 철학으로 끌어내려 친절하게 가이드해 준다.

★ 철학자가 들려주는 48개의 어드바이스


인간의 희망은 여전히 사람 그 자체를 향해야만 한다.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려면, 우리가 마지막으로 버려야만 하는 것이 바로 오만이다.
완전한 기쁨은, 몸이나 마음 중 어느 하나를 희생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많은 독자들은 이미 「색다른 상담소」나 「벙커」 등을 통해 저자와 직간접적으로 상담을 접해 보았을 것이다. 이 책에서는 다년간의 상담 경험을 바탕으로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어드바이스를 철학자의 시선으로 정제하여 담았다. 예를 들어 밀란 쿤데라의 소설 『정체성』에서 저자는 사랑받는 사람이 ‘자긍심’을 느끼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누군가 나를 사랑한다는 단순한 사실 하나만으로 우리는 금방 자긍심을 회복할 수 있다. 내 자신이 충분히 소중하고 매력적인 존재가 아니고서는, 어떻게 타인이 나를 사랑하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겠는가.”

스토커로서 편지를 쓰기 위해 장마르크는 지금까지 무관심 속에 방치되었던 샹탈을 관찰할 수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지금까지 간과하고 있었던 연인의 매력, 그리고 시간이 지난 뒤 그녀가 얻게 된 새로운 변화들에 주목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렇게 새롭게 찾아낸 샹탈의 모습에서 장마르크는 자신의 가슴에 사랑이, 과거와는 다른 색깔의 사랑이 새롭게 차오르는 것을 느낀 것이다.
―「2 자긍심, 사랑이라는 감정의 바로미터」에서

아울러 저자는 실제 삶에서 “항상 떠날 준비를 하라!”고 조언한다. 이것은 “상대방에 대해 항상 자유로워라!”는 뜻이다. 이것이 곧 연인이나 친구가 나에게 무관심해지거나 심드렁해지지 않도록 만드는 확실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떠날 수도 있고 머물 수도 있는 사람만이 누군가의 곁에 머물 수가 있다. 이런 주인으로서의 당당한 자유를 가슴에 품고 있을 때에만 상대방도 우리를 주인으로 대우할 것이다.” 남자친구가 바람을 피우는데도 이별을 고하지 못하는 여자들, 나를 귀하게 생각하지 않는 친구인데도 외로워서 곁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저자는 ‘노예’가 아니라 ‘주인’이 될 것을 요구한다. 마찬가지로 『여인의 초상』에서 철학자는 독자에게 ‘경멸의 대상’과는 단호히 결별할 것을 충고한다. “남편을 경멸함에도 불구하고 그와의 삶을 유지하려는 비겁함 때문에, 마침내 이사벨은 자신을 경멸하는 데 이른다. 자신을 긍정하기 위해 우리에게는 경멸하는 대상과 단절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래야만이 자신의 소중한 감정을 지켜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레 미제라블』에서 공동체의 의미와 ‘박애’의 원리를 설명한다.

사랑의 원리는 무소유의 원리를 토대로 한다. 겨울 찬바람에 사랑하는 사람이 떨고 있다면 기꺼이 추위를 무릅쓰고 자신의 옷을 벗어 줄 것이다. 이럴 때 두 사람은 최소한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하게 된다. 이렇게 공동체의 범위는 자신이 가진 것을 어디까지 나누어주느냐에 의해 측정될 수 있다.
―「10 박애, 공동체 의식을 가능하게 만드는 원동력」에서

한편 저자는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감정인 사랑, 즉 ‘자긍심’을 심어 주기도 하고 ‘대담함’을 갖게도 만드는 사랑이라는 감정에 빠지려면 반드시 ‘오만’을 버려야 한다고 충고한다.

사랑을 하면 우리는 그 대상을 알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사랑한다’는 말의 동의어는 ‘알려고 한다’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제 모든 것을 알았다는 오만에 빠지는 순간, 그래서 더 이상 알 것이 없다는 오만이 생기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그것을 사랑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 한때는 사랑받았던 그것이 이제 우리에게 복수를 하는 것이다. “네가 정말 나를 안다고 생각하니?”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오만 때문에 우리는 순간순간 변하는 자동차의 상태를 민감하게 읽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암벽의 상태를 제대로 점검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또 애인의 상태에 예민하게 반응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니 복수를 당할 수밖에.
―「43 오만, 사랑을 좀먹는 파괴적인 암세포」에서

철학자 강신주 박사는 『위대한 유산』에서 핍의 희망과 좌절을 통해 “인간의 희망은 여전히 사람 그 자체를 향해야만 한다.”고 강조한다. “속물은 속물을 만나고, 진지한 사람은 진지한 사람을 만나는 법이다. 이것은 불확실성을 내포하는 단순한 희망이 아니라, 경험이 쌓이면 누구나 확실히 알게 되는 삶의 진리가 아닌지.” 이 책에서 저자가 감정 하나하나를 설명하는 이유는 감정의 긍정을 통해 ‘살아 있는 나’를 위한 윤리학을 세우고자 하는 것이다. 강신주는 스피노자의 프리즘을 통해 인간 감정의 참모습을 찾아낸다. 그것이 바로 ‘건강한 자아’를 찾는 첫 걸음이자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첫 단추이다.

★ 우리 시대 멘토 철학자의 대표작 『강신주의 감정수업』


낯선 상황에서 내 안에 전혀 예상치 못한 욕망을 발견할 때 우리는 당황하게 된다.
즉 생각했던 나의 모습과 살아서 욕망하는 나 사이의 간극을 확인할 때 발생하는 감정이다.
따라서 당황의 경험을 통해 우리는 진정한 자신 혹은 맨얼굴을 찾을 수도 있다.

이 책의 출발점은 스피노자이지만 온전히 ‘강신주의 감정수업’이다. 평생 자신의 철학을 실천하며 살기 위해 노력한 철학자이며, 저자 자신이 누구보다도 ‘감정’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이 책은 바로 저자가 이성과 감정에 관하여 평생 고민해 오고 현실에서 부딪히며 다시 생각했던 본인의 철학이 녹아 있는 강신주 박사의 대표작이다. 물론 인간의 감정을 48가지에 한정할 수는 없다. 스피노자 또한 『에티카』 3부 「정서의 정의」 부분에서 대표적인 감정을 48가지로 정리하긴 했지만, 그와 유사하거나 반대되는 부차적인 감정들에 대한 설명은 더 많다. 예를 들어 『강신주의 감정수업』에서는 스피노자의 10번 ‘헌신’의 감정이 빠지는 대신 31번 ‘치욕’에 대한 부가 설명으로서 ‘수치’의 감정을 추가하였다. 한 권의 책에 모든 감정을 다 담을 수 없으므로 ‘헌신’은 사랑의 감정에 따라오는 ‘경탄’과 유사한 감정이기에 ‘사랑’과 관련된 감정들 부분에서 함께 논의될 수 있는 반면, ‘수치’의 감정은 ‘치욕’의 감정과 비교해서 좀 더 자세히 설명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 소개되는 감정을 문학의 예를 통해 구체적으로 점검하는 것은 우리의 사고력을 키우고자 하는 것이다. 작가나 저자가 보여 주는 타인의 감정에 공감할 수도, 안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감정 실험실에서 각각 하나의 감정에 현미경을 들이대고 연구를 끝낸 후에 독자는 그 경험을 통해 새롭게 내 안에 들어오는 감정이 어떤 것인지 보다 구체적으로 정의하는 데 하나의 사고 틀을 얻게 될 것이다. 또한 그동안 헷갈렸던 감정을 또한 새롭게 점검해 보는 좋은 기회도 될 것이다. 독서는 현실과 동떨어진 지적 허영의 습관이 아니라 내 삶에 빛을 들이대는 절실하고 적극적인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강신주 박사는 독자에게 편안한 독서를 허용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소설 『레베카』는 주인공이 남편이 자신을 사랑한다는 ‘확신’을 얻고 나서 자아가 변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데, 저자는 여기서 ‘확신’이라는 긍정적인 감정에 숨어 있는 어두운 그림자를 놓치지 않는다.

확신은 의심이 없다면 애초에 발생할 수도 없는 감정이다. 의심을 일으킬 만한 원인이 사라져야 확신의 기쁨도 찾아오니까. 만약 의심이 크고 깊었다면, 확신은 그만큼 더 강한 희열을 안겨 줄 것이다. 그렇지만 확신에는 어떤 흉터, 그러니까 의심을 품었다는 흔적이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
―「41 확신, 의심의 먹구름이 걷힐 때의 상쾌함」에서

반대로 ‘수치심’이라는 부정적인 감정에 대해서는 그 긍정적인 역할에 주목한다. “수치심은 앞으로 치욕을 당하면 어쩌나 하는 공포감이나 소심함으로 드러난다. 따라서 수치심을 느낄 때에 비로소 우리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할 뿐만 아니라 동시에 자신의 언행을 반성하게 된다. 그러니 마비된 상태로 살아가는 사람에게서는 수치심을 찾아보기 힘들다.” 또 사랑에 빠진 사람의 헌신을 전적으로 이타적인 것으로 판단하지 말자고 당부한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가급적 상대가 원하는 것을 해 주려고 노력한다. 그렇다고 해서 사랑은 헌신적인 것이라고 섣부른 오해는 하지 말자. 그의 뜻을 존중하는 건 나의 행복을 위해 그를 내 곁에 머물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러니까 ‘당신 뜻대로’는 일종의 유혹, 내 곁에 있으면 당신은 나라는 사람을 노예로 두고 영원히 존중받을 수 있다는 치명적인 유혹인 셈이다.
―「6 사랑, 자신을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변화시킬 수 있는 힘」에서

‘동경’의 감정에 대해서는 한때 절정이었던 시절에 대한 끈을 놓지 못해서 현실과 직시하지 못하는 삶을 경계하고 있다. 한편 저자는 우리의 감정이 결코 우리가 속한 체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상기시킨다. 결혼 상대를 돈이냐 사랑이냐를 놓고 고민하는 연인들이 많은 현재 사회에 대하여 철학자는 이렇게 성찰한다. “부와 사랑, 둘 중에 어느 것이 기쁨을 주고 어느 것이 슬픔을 주는지가 문제의 핵심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두 가지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하는 자본주의 자체가 바로 슬픔의 기원이라는 통찰일 테니까 말이다.” 이처럼 저자는 ‘수업’을 통해 무엇보다도 잠들어 있던 ‘자아’를 깨우고, 억압하고 있는 ‘감정’을 확인하고, 무뎌져 있는 ‘정신’에 날을 세울 것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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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3. 16. 22:13 해외베스트셀러
총 균 쇠 (반양장) - 10점
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김진준 옮김/문학사상사

 

왜 어떤 민족들은 다른 민족들의 정복과 지배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말았는가? 왜 원주민들은 유라시아인들에 의해 도태되고 말았는가? 왜 각 대륙들마다 문명의 발달 속도에 차이가 생겨났는가? 인간 사회의 다양한 문명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가? 1998년 퓰리처 상을 수상한 <총, 균, 쇠>는 이런 의문을 명쾌하게 분석한 명저이다.

진화생물학자인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각 대륙의 문명이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된 이유가 인종적.민족적 차이 때문이 아니라 환경적 요소들 때문이라는 것을 생태지리학, 생태학, 유전학, 병리학, 문화인류학, 언어학 등을 동원해 설득력 있게 밝힘으로써 인종주의적 이론의 기반을 무너뜨린다.

이번 개정증보판에서는 특별 증보면 '일본인은 어디에서 왔는가'를 추가 수록했다. 여기서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현대 일본인의 조상이 누구였는지를 추적하면서, 한국인의 이주가 분명 현대 일본인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말한다.

친애하는 한국의 독자들에게 드리는 편지 | 제레드 다이아몬드
증보판에 부쳐 | 임홍빈 <문학사상> 편집 고문
추천의 글 | 이현복 서울대 언어학과 명예 교수
옮긴이의 글 | 김진준(번역 문학가)
프롤로그_ 현대 세계와 불평등에 대한 의문을 푼다

제1부 인간 사회의 다양한 운명의 갈림길
제1장 문명이 싹트기 직전의 세계 상황
제2장 환경 차이가 다양화를 빚어 낸 모델 폴리네시아
제3장 유럽이 세계를 정복한 힘의 원천

제2부 식량 생산의 기원과 문명의 교차로
제4장 식량 생산의 기원
제5장 인류 역사가 갈라놓은 유산자와 무산자
제6장 식량 생산민과 수렵 채집민의 경쟁력 차이
제7장 야생 먹거리의 작물화
제8장 작물화하는 데 적합한 식물의 식별과 성패의 원인
제9장 선택된 가속화와 '안나 카레니나의 법칙'
제10장 대륙의 축으로 돈 역사의 수레바퀴

제3부 지배하는 문명, 지배받는 문명
제11장 가축의 치명적 대가, 세균이 준 사악한 선물
제12장 식량 생산 창시와 문자 고안과의 밀접한 연관
제13장 발명은 필요의 어머니
제14장 평등주의부터 도둑 정치까지

제4부 인류사의 발전적 연구 과제와 방향
제15장 대륙간 불균형 이론과 원주민들이 낙후된 원인
제16장 동아시아의 운명과 중국 문화의 확산
제17장 동아시아와 태평양 민족의 충돌
제18장 남북아메리카가 유라시아보다 낙후됐던 원인
제19장 아프리카는 왜 흑인의 천지가 됐는가

에필로그_ 과학으로서의 인류사의 미래

특별 증보면
추가 논문_ 일본인은 어디에서 왔는가
2003 후기_ <총, 균, 쇠> 그 후의 이야기
참고문헌
찾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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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2. 4. 20:52 해외베스트셀러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 - 10점
케이트 디카밀로 지음, 김경미 옮김, 배그램 이바툴린 그림/비룡소

 

하트우드 시리즈
모든 세대를 위한 마음의 페이지, 하트우드 시리즈의 첫 번째 책으로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이 출간되었다. 하트우드(Heartwood) 시리즈는 아이에서 어른까지, 마음에 위안과 즐거움의 숲이 되어 줄 작품들로 엄선된 모든 세대를 위한 성인 동화 시리즈다.

2006년 보스턴 글로브 혼 북 상 수상작
‘뉴베리 상 수상 작가’ 케이트 디카밀로가 전하는
사랑과 감동의 메시지


“케이트 디카밀로처럼 그렇게 빠르고 화려하게 주목받은 미국 아동 작가는 없을 것이다. 특히 이 작품은 최고의 작품이다. 단 한 번으로는 그 안에 담겨 있는 철학적 메시지를 모두 감미하기란 어렵다.” - 뉴욕 타임스

화제의 애니메이션 「작은 생쥐 데스페로」의 원작 『생쥐 기사 데스페로』로 2004년 뉴베리 상을 수상하며 미국 아동 문학계의 큰 별로 떠오른 케이트 디카밀로의 신작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이 비룡소에서 출간되었다. 2006년 보스턴 글로브 혼 북 상을 받은 이 작품은 몸과 마음이 모두 차가운 도자기 토끼 인형, 에드워드 툴레인이 여행을 통해 사랑만 받고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던 교만한 삶에서 벗어나 진정 누군가를 사랑하고 남의 말에 귀 기울일 줄 알게 된다는 감동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동화와 우화, 그 중간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작품 속에는 전형적인 캐릭터와 틀에 박힌 구성이 아닌, 생생하고 현실적이며 역동적인, 그렇기에 더욱 감동적으로 독자를 사로잡는 캐릭터들과 사건들이 연이어 펼쳐진다. 자신을 사랑하던 소녀와 헤어진 뒤, 다양한 인생들을 만나고 많은 경험을 한 에드워드 툴레인의 내적 성장기로 어른들이 함께 읽기에도 그 재미와 깊이가 충분하다. 또한 물 흐르는 듯한 시적 언어는 에드워드 내면의 아픔과 슬픔, 그리움, 희망 등을 담아 잔잔하게 독자의 마음속으로 파고들어 큰 여운을 남긴다. “가슴 시리도록 아름다운 이야기, 최고의 작가.”라는 스쿨 라이브러리 저널의 평이 결코 과장이 아닌 이유이다.

인류 공통의 그리움, 사랑에 대한 반성과 성찰의 여정

‘사랑은 받는 것이 아니라 주는 것이다.’라는 격언이 있다. 흔히들 사랑을 받는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하지만 진정 우리를 만족케 하는 것은 사랑하는 것이라는 것. 이 책은 에드워드의 여행을 통해 우리에게 그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도자기로 잘 만들어진 토끼 인형 에드워드는 지나가는 사람들이 한 번씩 뒤돌아볼 정도로 우아한 모습으로 비싼 옷을 걸친 제 모습을 보고 흡족해하며 살아간다. 애빌린은 에드워드를 친구로 생각하고 넘치는 사랑을 베풀지만 거만한 에드워드에게 그것은 그저 당연한 것. 그런 에드워드가 예기치 않게 세상의 거친 세파 속으로 들어가 이런저런 쓰라린 경험을 하면서 변하기 시작한다. 바다 빝바닥에 처박혀 있다가 늙은 어부 내외의 소박하고 따뜻한 삶 속에, 쓰레기 더미에 파묻혀 지내다가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는 방랑자들의 삶 속에, 그리고 어린 고아 남매의 삶 속에 들어가 삶과 죽음, 이별과 만남, 그리움과 가난 등을 몸소 겪으면서, 에드워드의 관심은 자신에게서 주변 사람들의 인생과 아픔까지로 넓어져, 그들의 인생을 보듬을 줄 아는 깊고 넓은 사랑을 하게 된다. 변화된 에드워드가 또다시 나타날 누군가, 즉 ‘자신을 사랑할 누군가’를 너머서 ‘자신이 사랑할 누군가’를 기다리는 순간, 그때 나타난 건 바로 훌쩍 커 버린 애빌린이다. 이제야 비로소 에드워드는 옛 사랑의 빚을 갚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렇듯 사랑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담긴 이 작품이 아이들뿐만 아니라, 각박한 사회 속에서 건조하게 살아가는 어른 독자에게도 잃어버린 사랑의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는 좋은 여정이 될 것이다.

살아있는 캐릭터들의 향연

주인공 에드워드는 도자기로 만들어졌고 귀와 꼬리는 다른 동물의 털로 되어 있다. 즉, 그저 토끼 모습의 인형일 뿐이다. 그러나 스스로 움직이지 못하고 말을 밖으로 내뱉지만 못할 뿐, 생각할 수도, 느낄 수도 있다. 심지어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위기에 처해 있을 때, 자신이 움직이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서 끝없이 슬퍼하기도 한다. 에드워드의 이런 수동성은 결국 차가운 마음의 에드워드를 질곡 같은 삶의 현장으로 내몰아 변하게 만드는 계기를 마련해 주기도 한다. 그래서 교만하고 거만하며 자기중심적이던 에드워드는 남의 아픔에 귀 기울이고 자신을 희생할 줄도 알고 기다릴 줄도 아는 따뜻한 에드워드로 탄생한다.
에드워드의 첫 주인이었던 10세 소녀 애빌린은 토끼 인형을 장난감 이상의 진정한 친구로 여기며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밥을 먹으며 한 침대에서 잠을 잔다. 에드워드가 창밖을 내다볼 수 있도록 옆으로 누일 줄 아는 따뜻한 소녀이다. 이는 어른인 어부 내외와 방랑자 불, 그리고 고아 남매인 브라이스와 사라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작품에 등장하는 에드워드 주변의 인물들은 모두 각기 다른 삶의 역사를 지녔으며 자신들만의 아픔과 사랑의 색깔로 에드워드에게 인간의 영혼을 부여하고 그를 진심으로 대하며 삶의 동반자로 여긴다. 이는 이야기에 한층 더 생생하고 역동적인 숨을 불어넣으며 책 읽는 흥미를 돋운다.

시적 언어가 전하는 울림

“에드워드 툴레인은 기다렸어요.
계절이 바뀌고 해가 바뀌었어요.
에드워드 툴레인은 기다렸어요.
마침내 머릿속에 부드러운 희망의 문구가 새겨졌어요.
‘누군가 올 거야. 누군가 널 위해 올 거야.’” - 본문 196페이지 중

이 작품의 또 하나의 특징은 바로 시적 언어이다. 그렇다고 비유와 은유가 많은 글이라기보다는 에드워드와 주변 인물들의 내면의 심리 묘사와 상황 설명이 간결하면서도 다정하고, 직접적이면서도 함축적이어서 그 울림이나 여운이 독자로 하여금 깊은 생각과 감동으로 이끌어 준다. 아동 도서 전문 번역가의 손에 의해 재탄생된 한국어 번역본도 이와 같은 장점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렇기에 더욱 아이들에게 소리 내어 읽어 주면서 어른과 아이가 함께 보는 동화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느낌을 담은 배그램 이바툴린의 삽화

책 속에는 러시아 출신으로 모스크바 국립예술학교에서 공부한 화가 배그램 이바툴린의 그림이 담겨 있다. 안데르센 동화나 『마르코 폴로의 모험』등에서 세밀하고도 화려한 그림을 선보여 온 이바툴린은 이 작품에서 원화 10점과 그 밖의 펜 드로우잉 삽화를 통해 고풍스럽고도 세련되고 세밀한 자신의 작품 세계를 활짝 펼치고 있다. 그리고 이는 슬픔과 고통, 그리움, 희망 등 에드워드가 각기 처한 상황에서 느끼는 심리를 생생하게 전달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posted by colb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