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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인기있는 도서들을 소개하고 책에 관련된 감상문이나 독후감을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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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도하'에 해당되는 글 1

  1. 2009.11.09 공무도하
2009. 11. 9. 10:41 국내베스트셀러
공무도하 - 10점
김훈 지음/문학동네

<칼의 노래>, <남한산성>의 작가 김훈의 신작 장편소설. <공무도하>는 작가로서보다 기자로서 더 많이 살아온 김훈이 기자의 눈으로 보고, 작가의 손끝으로 풀어낸 우리 삶의 이야기다. 첫 장편 <빗살무늬토기의 추억>과 단편들을 제외하면 작가는 언제나 과거 안에서 현재를 이야기해왔다. 이제 그가 오늘, 지금 이 자리에서 우리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공무도하'는 옛 고조선 나루터에서 벌어진 익사사건이다. 봉두난발의 백수광부는 걸어서 강을 건너려다 물에 빠져 죽었고 나루터 사공의 아내 여옥이 그 미치광이의 죽음을 울면서 노래했다. 백수광부의 사체는 하류로 떠내려갔고, 그의 혼백은 기어이 강을 건너갔을 테지만, 나의 글은 강의 저편으로 건너가지 못하고 강의 이쪽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한국매일신문 사회부 기자, 문정수. 물밑 펄에 널려 있는, 미군 폭격기와 전투기들이 쏟아낸 포탄 껍질과 탄두를 건져올려 팔며 살아가는 장철수…. 이들이 모여들어 또다른 사건들을 만나게 되는 조그만 바닷가 마을 '해망'. 작가는 소설을 통해 결국 인간 삶의 먹이와 슬픔, 더러움, 비열함,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살아가는 이들의 '희망'을 보여준다.

공무도하 7
작가의 말 324

P.19 : 5년 전, 서북경찰서 관내의 영세민 밀집지역에서 존속 살해 사건이 있었다. 문정수는 수습을 마친 초임기자였다. 후처가 데리고 온 열다섯 살짜리 딸을 상습적으로 강간한 오십대 가장을 이십대 아들이 쇠절구로 쳐 죽인 사건이었다. 피살자는 건축공사장 잡역부였는데, 한 달에 20일은 일거리가 없었고, 아들은 퀵서비스 회사의 스페어오토바이 기사였다. 가족은 생활보호대상자의 차상위계층으로, 생계비 지원을 받지는 않았다.
방 두 칸짜리 임대아파트 건넌방에서 아들은 쇠절구를 끼고 앉아 기다렸다. 피살자가 학교에서 돌아온 의붓딸을 안방으로 끌어들였다. 아들은 안방문을 박차고 들어가 피살자의 머리통을 쇠절구로 내리찍었다. 쇠절구의 무게는 21킬로그램이었다. 피살자는 아랫도리를 벗은 채 현장에서 절명했다. 두개골이 깨져서 뇌수가 흩어졌고 아래턱이 떨어졌다. 실신한 딸의 얼굴에 피살자의 뇌수가 튀었다. 아들은 의붓동생의 머리를 끌어안고 얼굴에 묻은 뇌수를 닦아주었다. 아들은 범행 후 달아나지 않았다. 오토바이는 현관에 세워져 있었다. - 사실無근
P.43 : 이제는 무너져버린 저수지 뚝방에서, 노목희는 가끔씩 장철수를 만났다. 복합영농 하는 산간농촌 출신이며, 대학 선후배라는 근거만으로도 그를 만나야 한다는 것은 젊음의 의리에 속하는 일이기도 했다. 저수지 뚝방에서 장철수는 늘 노학연대의 사업과 수배된 동창생들의 소식을 말해주면서 '이런 세상'을 괴로워했다. 저무는 수면을 바라보면서 노목희는 그의 괴로움이 어쩐지 보챔과도 같다고 느꼈다. 늦가을 저녁의 한기 속에서 장철수는 그 헐렁한 웃옷을 벗어서 노목희의 어깨를 덮어주었다. 장철수의 옷에서 시큼한 몸냄새가 났고, 저녁의 수면은 지나간 시간의 흔적을 지우면서 어두워갔다. - 사실無근
P.69 : 죽은 아이의 어머니는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마을 교회와 학교는 장례를 준비하고 친권자인 어머니가 나타나기를 대책없이 기다렸다. 담임교사는 어머니가 '고향에 갔다'는 말을 죽은 아이에게 들은 적이 있었으나, 그 고향이 어디인지는 알지 못했다.
문정수는 당직차장에게 현장 상황을 보고했다.
ㅡ개는 팔렸고 가족은 나타나지 않습니다. 집단저항은 없어요.
ㅡ야, 문정수. 현장은 됐어. 애 엄마를 찾아. 엄마를 만나서 빈민가족의 해체 배경과 아이가 고립된 과정을 취재해. 아주 자세해야 돼. 이럴 땐 정책을 가는 것보다 디테일을 챙기는 게 중요하다. 알잖아. 애 엄마를 찾아. - 사실無근
저자 : 김훈
  • 수상 : 2007년 대산문학상, 2005년 황순원문학상, 2004년 이상문학상, 2001년 동인문학상
  • 최근작 : <설렘>,<글쓰기의 최소원칙>,<바다의 기별> … 총 75종 (모두보기)
  • 소개 : 1948년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휘문고등학교를 거쳐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했다가, 영문학에 심취 영문과로 전과했으나, 경제적/가정환경 등의 이유로 4학년때 중퇴하였다. 군대 제대 이후 1973년 한국일보에 입사하여 초창기 사회부 기자로 현장을 주로 취재했다. 후일 당시 선배 장명수의 권유로 박래부와 함께 문학기행 등을 통해 글 잘쓰는 기자로 통하게 됐다. 그 외에도 시사저널, 국민일보, 한겨레 신문 등에서 오랫동안 기자 생활을 하였다. 1999년 9월부터 2000년 8월에는 한국일보 편집국 편집위원, 2000년 6월 시전문계간지 편집위원을 지냈다.

    <칼의 노래>로 2001년 동인문학상을 수상하고, 단편 <화장>으로 2004년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2005년에는 <언니의 폐경>으로 황순원문학상을 수상했다. 2007년에 <남한산성>으로 대산문학상을 받았다. 기자로서는 2002년 서울 언론인클럽 언론상 기획취재상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 독서 에세이집 <내가 읽은 책과 세상>, <선택과 옹호>, 여행 산문집 <문학 기행 1,2>(공저), <풍경과 상처>, <자전거 여행>, <원형의 섬 진도>, 시론집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 <밥벌이의 지겨움>, 장편소설 <빗살무늬 토기의 추억>, <칼의 노래>, <현의 노래>, <남한산성>, 소설집 <강산무진> 등이 있다.
  • 링크 :

김훈의 한 마디
나는 나와 이 세계 사이에 얽힌 모든 관계를 혐오한다. 나는 그 관계의 윤리성과 필연성을 불신한다. 나는 맑게 소외된 자리로 가서, 거기서 새로 태어나든지 망하든지 해야 한다. 시급한 당면문제다.

나는 왜 이러한가. 이번 일을 하면서 심한 자기혐오에 시달렸다.
쓰기를 마치고 뒤돌아보니, 처음의 그 자리다. 남은 시간들 흩어지는데, 나여, 또 어디로 가자는 것이냐.
2009-10-09
공무도하김훈지음 / 문학동네"사랑아, 강을 건너지 마라"<칼의 노래>, <남한산성>을 비롯한 소설로, <바다의 기별>, <자전거 여행> 등의 에세이로 필력을 자랑해온 작가 김훈이 기자를 주인공으로, 한국 현대사에 대해 쓴 신작 장편소설. <공무도하>는 작가로서보다 기자로 더 많이 살아온 김훈이 기자의 눈...

사랑아, 강을 건너지 마라

님아 강을 건너지 말랬어도
기어이 건너려다 빠져 죽으니
어찌하랴 님을 어찌하랴
_여옥의 노래


멀고 아득한 것들을 불러서 눈앞으로 끌어오는 목관악기 같은 언어를 나는 소망하였다. 써야 할 것과 쓸 수 있는 것 사이에서 나는 오랫동안 겉돌고 헤매었다. 그 격절과 차단을 나는 쉽사리 건너갈 수 없었다. 이제, 말로써 호명하거나 소환할 수 있는 것들은 많지 않을 터이고, 나의 가용어(可用語) 사전은 날마다 얇아져간다.
(……)
제목으로 정한 공무도하(公無渡河)는 옛 고조선 나루터에서 벌어진 익사사건이다. 봉두난발의 백수광부는 걸어서 강을 건너려다 물에 빠져 죽었고 나루터 사공의 아내 여옥(麗玉)이 그 미치광이의 죽음을 울면서 노래했다.
이제 옛노래의 선율은 들리지 않고 울음만이 전해오는데, 백수광부는 강을 건너서 어디로 가려던 것이었을까.
백수광부의 사체는 하류로 떠내려갔고, 그의 혼백은 기어이 강을 건너갔을 테지만, 나의 글은 강의 저편으로 건너가지 못하고 강의 이쪽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고등학교 국어시간에 배운 그 옛노래는 오랫동안 내 마음속에 그 사내의 뒷모습을 떠오르게 했는데, 들리지 않는 옛노래의 선율이 나의 연필을 이끌어주기 바란다._‘연재를 시작하며’

5월 1일 첫 일일연재를 시작하며 작가는 그렇게 말했었다. 그는 또한,
“약육강식은 모든 먹이의 기본 질서이고 거대한 비극이고 운명이다. 약육강식의 운명이 있고, 거기에 저항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운명이 있다. ‘공무도하가’는 강 건너 피안의 세계로 가자는 것이 아니라 약육강식의 더러운 세상에서 함께 살자는 노래이다. 나는 인간 삶의 먹이와 슬픔, 더러움, 비열함, 희망을 쓸 것”이라 밝혔었다.
“말로써 호명하거나 소환할 수 있는 것들은 많지 않을 터”이고, 그의 “가용어 사전은 날마다 얇아져간다”고 했지만, 그의 책상 위에 쌓인 지우갯가루는 매일같이 높아져갔고, 그렇게 5개월, “멀고 아득한 것들을 눈앞으로 불러왔던” 긴 노래는 끝이 났다.


인간은 비루하고, 인간은 치사하고, 인간은 던적스럽다. 이것이 인간의 당면문제다.

김훈은 삼십 년 가까이, 작가이기 전에 기자였다. 2003년 1월 퇴직하며 마지막으로 기자생활을 한 한겨레신문에서, 작가는 사회부 기동취재팀 소속으로 종로경찰서를 출입하는 ‘종로2진’이었다. 기자는, 아침마다 ‘캡’에게 전화를 걸었다. “캡이세요? 김훈입니다. 지금 종로경찰서에 나와 있습니다. 오늘 이러저러한 일이 있는데, 이를 기사로 써보겠습니다. 몇매를 보내면 될까요?” 그리고, 마감시간에 한 번도 늦는 법이 없이 연필로 꾹꾹 눌러쓴 기사를 팩스로 송고했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 술집골목에는 밤마다 지식인, 예술가, 언론인들이 몰려들어 언어의 해방구를 이룬다. 노블레스 오블리...
posted by col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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